top of page

DADEPO X WEEK ART FRSTIVAL: ON THE ROUND EARTH

2020.10.24 - 11.01

작가: 김윤호, 아티스트 그룹 이래, 안솔지, 엄정원, 이인강, 이창운, 조나라, 최수현
Ian Gouldstone, David Surman
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스페이스 위버멘쉬(위버멘쉬 프로젝트), 조정현
스텝: 서보빈, 오유진, 윤소희, 임유진, 표연주
디자인: 디자인 201, 박혜수, 윤소희

2000년대 중반 즈음 어느 날, 다대포 지역 지하철 공사 확정 뉴스는 멀리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장림 삼거리, 괴정 사거리의 교통체증이 지겨운 직장인들에게, 소박하지만 행복한 출발을 꿈꾸던 신혼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을 드디어 실현한 중년들에게, 96번 버스의 다이나믹함이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 역세권의 달콤한 꿈을 선물하였다. 몇 년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서 헛소동인가 싶었지만, 기어코 인부들이 들춰내는 바닥의 속살이 들어 날 때 즈음에 노랫소리에 맞춰 물줄기는 춤을 추었고, 붉은 브레이크 등의 끝없는 일렬종대가 익숙할 때 즈음에 사막 한 가운데 나무와 강이 들어섰으며, 이놈의 공사는 언제 끝난다냐 가 택시기사의 지겨운 레퍼토리가 될 때 즈음에는 낫개 라는 생소한 지역 명에 익숙해져야 했다.

다대포에 오천원 주고 커피 사 먹을 사람이 어디 있냐며 우후죽순 생기는 브랜드 커피숍에 손가락질하던 김씨가 노래방보다는 2차로 커피숍에 가는 것에 익숙해진 탓인지, 미국 햄버거 가게 앞에 생긴 유턴 신호가 원래 있었는지 없었는지 헷갈린 탓인지, 새로 생긴 많은 버스 노선이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닌 탓인지 몰라도 다대 농협이라 불리는 사거리는 무한할 것 같았던 성장의 수직선상에서 이탈하여 버티기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다. 그 많던 노란 자동차들은 강 넘어 새로운 터를 잡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적, 생리학적 삶의 주기와 다대포 라는 장소의 성장 곡선은 유의미하게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이제 영원할 것 같았던 젊음과 활기는 명지 신도시 그리고 에코 델타 시티가 대신 꿈꾸고 있다. 다대포 역세권의 신화가 끝난 듯하다.

이 상황은 비단 다대포 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믿어왔던 시스템이 가진 한계이자 함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자세를 고쳐 앉아 어떠한 태도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가 고민해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오래 살아남은 놈이 강자' 라는 경쟁 중심의 사고는 이 제로섬 게임에서 더 이상 승자의 자세가 아니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불황과 더불어 이 끔찍한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공동체적 대응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자주 보았다. 어쩌면 우리가 가볍게 여기었던 우정, 의리 그리고 애정과 같은 '너와 내가' 상호 작용하는 감정들이야 말로 이 시대를 극복해 나가는 새로운 자세일지도 모른다.

다대포 엑스 윅 아트 페스티벌은 약 20년간 영국 런던의 동남쪽 데포드 하이스트릿(Deptford Highstreet)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리 예술 프로젝트 데포드 엑스 페스티벌 (Deptford X Festival)에 모태를 두고 있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사귄 벗이자 데포드 엑스의 운영위원인 이안 그리고 데이빗과 대화 중 우연히 데포드와 다대포의 발음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가벼운 이유로 다대포에서 함께 아트 프로젝트를 해볼 것을 제안한 것이 다대포 엑스 윅 아트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올해 첫 회를 맞이하는 다대포 엑스 윅 아트 페스티벌은 공공미술이 가진 태생적 의미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짧은 생명성과 '장소' 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에 대해 집중하였다. "지구는 둥글고 그 표면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주장에서 영향을 받은 주제 '둥근 땅 위에서'는 무한하고 평평한 공간에 대한 상상이 사라진 현대사회 속 다양한 문제 중 지역 노령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등에 대한 문화적 예방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공동체적 접근을 통해 실천해보고자 한다.

이번 다대포 엑스 윅 아트 페스티벌은 다대포 해수욕장, 다대포항역 1번출구 주변 상가와 작가를 매칭하여 상점의 특수성과 예술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다대포 엑스 프린지(Dadaepo X Fringe)를 중심으로, 부산에 알려지지 않은 젊은 예술가를 개인전을 통해 소개하는 다대포 엑스 스펙트럼(Dadaepo X Spectrum), 다대포 지역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다대포 엑스 오픈 스튜디오 (Dadaepo X Open Studio) 그리고 지역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거리에서 잠깐 쉬면서 볼 수 있는 다대포 엑스 퇴근길 프로젝트 (Dadaepo X Way Back Home Project)를 선보인다.

낯선 이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시대에서 동네 주민이라는 이유로 반갑게 맞아주고 일터의 한 공간을 흔쾌히 협조해 주신 사거리 약국, 미즈 옷수선, 태양식품 고추 방앗간, 쿠프스 통신/휴대폰 할인마트, 한우마을 정육점 그리고 (구)한큐피싱 사장님들에게 그리고 애정으로 참여해주신 참여 작가분들과 스텝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일선의 최전방에서 매일매일 타이틀 방어전을 하는 복서의 심정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안녕을 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