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ÜBERMENSCH
2025. 3. 29. - 4. 12.
STARTER PACK PROJECT #4 : JUMP AND JUMP
참여 작가 : 정혜정
주 최/주관 : 위버멘쉬 프로젝트, 스페이스 위버멘쉬
기획 : 김도플
서문 : 김도플
어젯밤 거나한 술자리의 안주 냄새와 파운데이션과 비비의 어설픈 모방, 블랙 미러의 굉음, 손잡이의 모호한 점유. 편리함을 담보로 설계된 도시의 출근길 위에서 Q는 걸음을 재촉한다. 매번 스스로 배팅하는 시간 도박에서 10분 일찍 일어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한다. "작가들에게 왜 우리가 작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직장인이 퇴근하고 쉴 때 작가들은 똑같이 일하고 작업을 하기 때문이에요." 계속 따라다니는 이 유령은 언제 떨쳐 낼 수 있을까. 천국의 계단 덕분에 너무 커져 버린 바지를 치켜올리며 종종걸음으로 무사히 세이프. 책상 위에 일곱 시와 네 시 방향으로 팔꿈치를 올려놓는다. 어제의 약속이었던 서류 앞에, 빨려 들어갈 듯한 목과 어깨를 제물로 바친다.
그가 잊고 살아가는 몸의 감각들이 있다. 매월 초면 밀려오는 카드 값 앞에서 이번 달은 또 어떻게 넘기나 싶은 식은땀과 주변의 소음과 같은 인간관계로 수축된 그의 몸짓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적당히 얼굴에 굵은 선을 그으며 웃는다. 나 역시 예측 가능한 기계 장치가 되어 버린 걸까. 남들과 비슷한 네모난 경기장에서 그의 스포츠는 한계를 넘어서는 뜨거움이 아닌 실리를 위한 움직임으로 귀결된다. Q는 생각했다. 굽어진 등, 적당한 각도의 무릎, 푹신하고 부드러운 마찰에만 익숙한 발바닥. 때때로 중력을 감각 하는 허리까지. 잃어버린 근육의 기억들. 문득 그는 다리를 매만지며 그것이 아직 남아 있는지 궁금한 듯 눌러본다. Q는 떠올렸다. 이득 될 게 없을 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짙고 눈부시게 솟아오를 때’가 지금이라고.
정혜정은 이번 전시 《JUMP AND JUMP》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의 원초적 움직임을 재발견하고 계승하는 과정을 이미지화한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나 몸의 감각을 깨우는 점프(Jump)를 통해 일상의 관성을 넘어서는 생존전략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수치화되고 고정된 몸을 벗어나 늘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 가변적 존재로 스스로를 다루는 그의 작업은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僕のヒーローアカデミア)>에 영향을 받아 객체화되고 퇴화된 몸을 다시 활성화한다. 만화라는 원천이 가진 정지된 움직임의 표현방식을 선택했지만, 역설적으로 순간의 강도와 속도를 강조하며 필사적인 움직임의 포착함과 동시에 주체적 경험의 영역으로의 회귀를 요구한다.
성장만화는 다 큰 어른이 봐야 감동이 있다. 아마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의 연속이 곧 생존 방식이었던 Q에게 미도리야*의 뜀박질은 지금까지 미뤄온 진실된 나에게로의 움직임이기 때문일 것이다. 퇴근길에 발뒤꿈치가 유난히 간질거린다. 자세히 보니 살짝 공중에 들려있는 듯하다. 오늘따라 Q는 조금 다른 걸음으로 걷는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僕のヒーローアカデミア)의 주인공
참고자료_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_시즌1_4화_00:09:20 - 00:09: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