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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7 - 2.28

Inattentional blindness; Things you can see but invisible

작가: 김세옥&박근우
기획: 김도플

ARTIST: Kim Se-ok & Park Geun-woo
CURATOR: Kim Doppel

똑바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연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지 똑바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뒤늦게 부랴부랴 알게 되는 부동산 투자와 인생역전의 만루 홈런인 주식과 비트 코인, 어김없이 찾아오는 토요일 저녁의 로또 판타지는 술자리에서 베스트 안주 4종 세트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씹게 되는 이 어른의 간식은 늘 달콤하고 씁쓸하다. 그러나 오고 가는 많은 대화 속에 똑바로 사는 것에 대한 질문은 낯간지러움과 동시에 사라져 간다.

똑바로 사는 것은 아마도 많은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공허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현재의 궤적이 제공하는 단순한 사고체계 안에서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대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이왕이면 미래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굳이 해야 한다면, 돈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모두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뒤통수가 쓰리다. 아마도 정신없이 바빠서 무심코 놓친 옆 사람의 귀함과 당장 우선순위가 아니라 밀려 있었던 꿈들과 10년째 내년을 기약하는 가족사진 촬영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눈앞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아 버리는 것들, 우리 근처의 사소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부터 똑바름, 나의 시작일지 모른다.

『무주의 맹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의 참여작가 김세옥과 박근우는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을 포착하고, 예술작품의 소재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만든 그들만의 균형을 유지한다.

김세옥 작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잿가루와 흙이 되기 직전의 나뭇잎 무덤에서 자신의 소박함과 사소함을 그리고 우주의 찬란함을 발견한다. 동시에 세계 속 작은 점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고, 자연의 삶-생과 죽음의 순환 과정을 작업 과정으로 옮겨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작가는 존재의 민낯을 통해 순수한 생명의 유한함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다른 뜻은 없었다. 그냥 춤을 추고 싶었을 뿐인데 어떤 의도였는지 설명을 원하는 눈빛이 가득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세옥, 작가 노트 중에서)

박근우 작가는 자신의 영역 변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다감각적 촉을 세워 접촉한다. 구체화되지 않은 덩어리로서 일으켜져 밀려 들어오는 세계 속 개인의 체험적 운동성에 주목하고, 그 순간의 경험을 순도 높은 미적 표현방식을 빌려 즉각적으로 반응하려 한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한 먼지와 주위 환경을 때로는 그대로 전사하면서, 주변을 올곧이 받아들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지평을 확장하며 또 다른 자신을 탐구한다. "나에게 나타나는 알 수 없는 현상을 풀어내었다. 현상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박근우, 작가 노트 중에서)

스페이스 위버멘쉬의 2020년 첫 기획 『무주의 맹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주변에 늘 있었지만 잘 몰랐던 두 작가와 함께 약 3번의 인터뷰와 작업실 방문을 통해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가 학교 밖에서의 첫 전시라 일이 끝나고 쉬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다는 두 작가의 소중한 열정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사회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예술가로서의 앞날에 그리고 그들의 건강한 균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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